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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본문

괴테는 독일의 유명한 문학가로서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사랑받고 있다. 문장과 내용의 깊이가 깊고 남다르며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어 지금까지도 많이 연구되고 있는 걸로 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파우스트 정도를 가볍게 읽어봤던 기억은 있는데 대략적인 스토리만 기억에 남았고, 다른 사람들이 괴테를 인용할 때, 특히 파우스트를 차용하거나 인용할 때 조금 고개를 끄덕인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그래서 괴테에 대해서 아는게 있냐고 물어보면, 그냥 아는게 없다고 대답한다. 실제로 그러하니까.
이번에 읽은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손에 집은 것도 순전히 유튜브 쇼츠의 지나가는 홍보 문구 때문이었다. 23세의 젊은 소설가가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느니, 이동진 평론가가 재미있게 읽었다느니 뭐 그런 홍보 문구들 말이다. 평소에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냥 갑자기 훅 당겨서 읽어보게 되었다. 다행히 두껍지 않은 책 두께에 안도하며 가볍게 읽기 시작했고 꽤 재미있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 Goethe
이야기는 평생 괴테를 연구한 노교수가 홍차 티백에 적혀있는 문구에서 시작한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괴테가 말했다고 알려진 이 문구에 대해서 노교수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고, 짐작가는 바도 없었다. 평소라면 무시하거나 지나쳤을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고 번역해본 이 글귀가 그의 괴테 연구를 완성시키는 너무 완벽한 명언으로 보인 것이다. 이 명언의 출처를 찾기 위해 시작된 이야기는 점점 휘몰아치면서 어떤 결말을 향해 간다. 그 과정에서의 몰입력과 결말이 주는 임팩트가 크게 다가오는 책이다.
책을 처음 읽어보면 교수의 입장에서 다루는 심도 깊은 문학/철학에 대한 이야기들에 압도될 수 있다. 자세히 읽어보면 알 것 만도 같은 내용인데 돌이켜놓고 보면 역시 어려운 말들로 소설이 시작된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교수의 말을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소설은 굴러간다. 아니 그냥 이해한셈 치고 자신을 속여도 무방하다. 이야기의 결말에 다다를때까지 그렇게 놓친 조각들이 이야기를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허투루 쓴 말이 아님을 다 읽고 돌아온다면 느끼게 될 것이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노교수의 말답게 이 책은 괴테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또 전혀 괴테에 관한 것이 아니기도 하다. 그 절묘한 구성과 아이러니가 책을 다 읽었을때 큰 만족감으로 다가왔다.
책 자체가 하나의 재미있는 장치처럼 굴러가니 줄거리를 찾아보거나 요약본으로 넘어가지 말고 완독하기를 권한다. 저자에 대해선 꽤 많이 놀랐는데, 처음 읽을 땐 스물셋에 쓸 내용과 완성도가 아니라고 놀라다가도 결국엔 글에서 느껴지는 젊음의 활력과 그 나이때만이 쓸 수 있는 풋풋함에 또 웃으면서 독서를 마무리 지었다. 아무래도 책에 숨겨놓은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아서, 두 번은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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