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n92의 게임/개발 일지
발라트로(Balatro) 본문
- 발라트로(Balatro)
- 개발: LocalThunk
- 출시: 2024년
- 장르: 덱 빌딩 로그라이크
- 플랫폼: Window, Mac, NS, PS, Xbox One, Android, iOS
- 홈페이지: https://www.playbalatro.com/
- 수상: The Game Awards 2024 인디 신작, 인디 게임, 최고의 모바일 게임 상 3관왕
포커와 덱 빌딩 로그라이크의 만남은 역대급 게임을 탄생시켰다
덱 빌딩 로그라이크요?
최근 로그라이크(Rougelike)의 양식을 차용한 게임이 많아지면서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에 친숙한 유저들은 제법 많아졌지만, 그중에서 세부 장르인 덱 빌딩 로그라이크(Deck Building Roguelike)에 대해서는 여전히 생소한 유저들이 많으리랴. 우리가 흔히 로그라이크라고 부르는 장르적 특징은, 한 번의 게임이 다음 게임으로 이어지지 않고 세이브-로드를 허용하지 않으며 (이걸 영구적인 죽음(Permanent Death)이라 부른다), 매 게임마다 랜덤하게 다른 구성의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는 점이다.
발라트로는 여기에 덱 빌딩의 요소를 더하고 있다. 일반적인 카드 게임은 미리 주어진 덱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혹은 내가 구축한 덱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전자의 경우 포커, 고스톱같은 전통적인 카드 게임을, 후자의 경우 매직 더 게더링, 유희왕, 하스스톤 같은 게임을 생각하면 된다. 이런 게임들은 게임을 반복할 때마다 덱이 달라지거나 하지 않는다. 가령 포커를 한 30분 쳤다고 갑자기 플레잉 카드 덱에 7카드가 10장으로 불고, Ace 카드가 없어지고 하지 않고, 처음 시작할 때처럼 52장의 카드뭉치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의미다. 이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고? 그렇다. 덱 빌딩 게임은 이게 당연하지가 않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덱에 카드가 없어지거나 추가되거나 한다는 의미다.
발라트로는 기본적으로 포커를 기반으로 한 솔리테어 게임이다. 덱에서 카드를 뽑고 교환하며 패를 구성하고, 여기서 강한 족보를 구성하여 점수를 만드는 포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혼자 놀기 게임이다. 집에 플레잉카드 한 세트가 있다면 손으로 재현하기에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물론 평범하게 플레이해도 재미있는 포커이지만, 하트밖에 없는 덱으로 플레이하는 포커라고 생각해보자! 무조건 플러시 족보는 보장에 잘하면 인생에 몇 번 보기도 힘든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밥먹듯이 해볼 수도 있다. 이런 발칙한 상상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덱 빌딩의 묘미다
발라트로는 매 블라인드마다 주어진 플레이/버리기 횟수 안에서 포커 족보를 플레이하는 것으로 각 블라인드에서 제시하는 점수를 달성하는 심플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블라인드를 깰 때마다 보상으로 골드를 주고, 랜덤한 아이템을 파는 상점이 열리며, 골드를 이용하여 점수를 높이는 수단들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족보를 레벨업하여 족보가 주는 점수를 높이거나, 덱의 카드를 강화/추가/삭제하거나, 점수를 내는데 도움이 되는 조커 카드를 구매하거나 하는 식이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블라인드에서 요구하는 점수가 높아지며, 3번의 블라인드마다 보스 블라인드가 튀어나와 점수를 내는 플레이에 제약을 걸기 때문에, 블라인드를 거듭하면서 내 덱을 잘 강화하여 종국에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발라트로의 재미있는 점은, 조커카드를 이용하여 게임에 큰 변주를 주었다는 것이다. 기본은 포커에서 시작하지만 아무래도 단순히 포커 조합만 반복하면 좀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 하이카드, 원 페어 등 만들기는 매우 쉽지만 별로 특색이 없고 꽝에 가까운 족보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특정 조건이 구성되었을 때 점수를 추가하거나 특정 행동을 한다"는 규칙을 추가한 것이 바로 조커카드이다. 가령 덱에 플레잉 카드를 추가할 때마다 0.25 배수를 추가하는 홀로그램, 매 블라인드마다 처음 플레이한 카드가 한 장이라면 해당 카드를 복사해서 덱에 추가하는 DNA 같은 족보를 조합해 덱을 마구잡이로 불려서 기본 배수를 높게 만들 수도 있고, 다이아몬드 카드가 점수가 날 때마다 1골드씩 주는 원석 조커와 보유한 골드만큼 배수를 추가하는 자력 조커를 조합하여 돈을 불리면서 점수를 키울 수도 있다. 150개의 조커를 활용하면 무궁무진한 조합을 구성해 볼 수 있다
발라트로의 강점은 조커, 족보 강화, 카드 강화, 덱 빌딩 등 다채로운 요소가 잘 녹아들어 게임을 단조롭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들이 레벨 디자인에 실패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다양한 플레잉을 제공할 것 같아도 몇 번 플레이하다보면 몇 가지 조합으로 귀결되어 게임이 쉽게 지루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하이 스코어를 달성하기 위한 몇 가지 조합이 있기는 하지만, 게임의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8 앤티를 깨는 클리어 구성으로 가기 위해선 단순히 하이 스코어 조합을 갖추는 것보다, 매 블라인드마다 주어진 상점에서 골드를 잘 소모하고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조합을 찾아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는 재미를 무척 잘 살렸다. 게임을 반복하면서 승률이 높아지는걸 보면 실력이 늘어나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250시간을 했어요
발라트로는 반복적으로 게임을 계속할 동기를 제공한다. 게임을 켜면 많은 요소들이 잠겨있으며 게임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각종 요소들이 해금되면서 새로운 요소들을 시험하고 싶은 요소를 제공한다. 또한 더 어려운 게임을 하고 싶은 유저를 위하여 화이트~골드 스테이그까지 각종 난이도를 제공한다. 특히 게임을 클리어할 때 들고 있는 조커 카드에는, 해당 게임 난이도의 스티커를 붙여주는데 모든 조커에 최고 난이도인 골드 스티커를 붙이는 도전이 쏠쏠하다. 모든 플레이어 중에 0.2%만 달성한 하드한 도전이지만, 달성했을 때의 보람은 뿌듯하다. 발라트로의 진수를 맛보고 싶은 유저에게 도전을 추천한다. (글쓴이의 업적 달성 마지막 순간은 여기를 참조하시라)
또한 특정한 제약을 가진 채 게임을 진행하는 챌린지 모드도 재미있다. 일반 게임보다 좀 더 퍼즐에 가까운 구성으로 즐겨보고 싶은 유저에게 추천한다. (자세한 공략은 여기를 참조하시라)
참고할만한 게임
도미니언(Dominion)
덱 빌딩 장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2008년 산 고전 명작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 카페에 가면 친구들과 꼭 즐겨보자.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131620/Dominion/
Dominion on Steam
Expand a small kingdom to a mighty Dominion! Play the Spiel des Jahres winning boardgame beloved by millions around the world. Discover the game that defined a genre, Dominion was first to popularize deck-building and remains a staple of tabletop. This is
store.steampowered.com
슬레이 더 스파이어(Slay the Spire)
본격적으로 덱 빌딩 로그라이크라는 장르를 확립한 불세출의 인디게임이다. 언젠가 리뷰로 다룰 예정이다.
https://store.steampowered.com/app/646570/Slay_the_Spire/
Slay the Spire on Steam
We fused card games and roguelikes together to make the best single player deckbuilder we could. Craft a unique deck, encounter bizarre creatures, discover relics of immense power, and Slay the Spire!
store.steampowered.com
집주인이 너무해(Luck be a Landlord)
발라트로 개발자가 영감을 받은 게임으로 소개한다. 매우 단순한 그래픽임에도 강한 도박성과 리플레이성을 가진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다. 언젠가 리뷰로 다룰 예정이다.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404850/_/?l=koreana
Luck be a Landlord on Steam
Luck be a Landlord is a roguelike deckbuilder about using a slot machine to earn rent money and defeat capitalism. This game does not contain any real-world currency gambling or microtransactions.
store.steampowered.com
개발자의 인터뷰
발라트로는 1인 개발 게임으로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게 된 과정과 생각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다. 존경스럽다.
https://thisisgame.com/webzine/nboard/265/?n=203025
아무에게도 게임에 대해 말하지 않아서 성공한 '발라트로'?
1인 개발 게임이 GOTY 본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www.thisisgame.com
카드 게임이 처음이시라구요?
카드 게임들은 도박 같아 보이기도 하고 너무 어려워보이기도 해서 접해보기에 부담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로그라이크라고 하니깐 너무 어려워 보여서 손사레치던 분들도 계시리라.
그런 분들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분들에게 입문 게임으로 추천하고 싶다.
또한 수많은 로그라이크 게임들을 즐기다가 게임불감증에 걸린 마니아들에게 방황의 종착점이 될 게임이라고 확신한다.